위험성평가 AI 자동 작성, 어디까지 맡길 수 있나
“현장 사진만 올리면 AI가 1분 만에 위험성평가표를 완성합니다.” 요즘 안전관리자 메일함에 이런 제안이 부쩍 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I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은 ‘문서를 만드는 일’이고, 맡길 수 없는 것은 ‘현장을 확인하고 근로자를 참여시키는 일’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가 사업주에게 요구하는 것이 후자이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가 도구의 몫인지 질문별로 갈라 드립니다.
위험성평가 —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부상·질병으로 이어질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는 절차.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제1항에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AI가 위험성평가를 대신해도 법적으로 괜찮은가요?
도구로 쓰는 것은 괜찮고, 주체를 대체하는 것은 안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위험성평가를 누가 해야 하는지(사업주)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유해·위험요인 발굴 → 위험성 평가 → 조치)를 정하고 있을 뿐, 어떤 도구로 문서를 만들라고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글로 쓰든, 엑셀 서식을 쓰든, AI가 초안을 만들든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 법이 사람이 해야 한다고 특정한 절차가 세 군데 있고, AI는 그중 어느 것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법이 사람에게 요구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현장 확인, 근로자 참여, 그리고 기록·보존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① 현장 확인 — 제36조 제1항은 “건설물, 기계·기구·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라고 합니다. 여기서 “근로자의 작업행동”이 결정적입니다. 같은 비계 작업이라도 어제와 오늘의 위험이 다른 이유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건 사진 한 장으로 판정되지 않습니다.
② 근로자 참여 — 제36조 제2항은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때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바에 따라 해당 작업장의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작업을 매일 하는 사람이라는 전제입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목록을 뽑아도 이 절차를 건너뛰면 의무 이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③ 기록·보존 — 제36조 제3항과 시행규칙 제37조는 평가 결과와 조치사항을 기록해 3년간 보존하도록 정합니다. 기록에는 평가 대상 유해·위험요인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AI는 실제로 무엇을 줄여주나요?
문서를 만드는 시간, 특히 ‘빈 화면에서 시작하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안전관리자들이 위험성평가를 부담스러워하는 진짜 이유는 판단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매달 비슷한 내용을 서식에 맞춰 다시 쓰는 일이 고되기 때문입니다. 이 구간은 자동화의 효과가 분명합니다.
| 단계 | AI가 할 수 있는 일 | 사람이 해야 하는 일 |
|---|---|---|
| 유해·위험요인 발굴 | 유사 작업의 일반적 위험요인 목록 제시 | 현장에서 실제 배치·동선·작업방식 확인 |
| 위험성 추정·결정 | 기준표에 따른 빈도·강도 계산 | 우리 현장 조건에 맞는지 판단·수정 |
| 감소대책 수립 | 법령·가이드에 근거한 대책 문구 초안 | 실행 가능성과 비용·일정 결정 |
| 근로자 참여 | (대신할 수 없음) | 작업자 의견 청취·회의 진행 |
| 기록·보존 | 서식 정리, 3년 보관, 이력 검색 | 내용 확정과 결재 책임 |
| 공유·주지 | 다국어 번역, 알림 발송 | 이해했는지 확인 |
표를 다시 보면 AI가 강한 구간과 약한 구간이 선명합니다. 입력이 문서인 일은 AI가 잘하고, 입력이 현장인 일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도 AI를 도입한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다만 방향은 ‘대체’가 아니라 ‘중소사업장 지원’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중소사업장의 위험성평가 부담을 덜기 위해 현장 사진과 작업 내용을 입력하면 추락·낙하물·충돌 등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관련 법 조항과 안전보건공단 가이드를 연계해 주는 방향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결과물의 성격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내놓는 것은 완성된 평가표가 아니라 ‘검토할 후보 목록’입니다. 혼자 작성하다 빠뜨리기 쉬운 항목을 채워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민간 솔루션을 볼 때도 같은 기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 이 도구가 내 판단을 대신하겠다는 건지, 내 판단에 쓸 재료를 주겠다는 건지.
⚠️ 민간 솔루션들이 내세우는 “10초 작성”, “정확도 99%” 같은 수치는 벤더 자체 발표라 공신력 있는 검증 자료가 없습니다. 도입 검토 시에는 수치보다 근로자 참여 기록과 결재 이력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인지를 확인하시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전자결재를 붙이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됩니다. 위험성평가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건 평가를 안 해서가 아니라, 했는데 증명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종이 서식은 누가 언제 검토했는지, 근로자가 실제로 참여했는지가 서명 한 칸으로만 남습니다.
전자결재 기반으로 관리하면 다음이 자동으로 쌓입니다.
- 작성·검토·승인 각 단계의 시각과 주체
- 근로자 의견 제출 이력
- 수정 전후 이력 (무엇을 왜 바꿨는지)
- 3년 보존 기간 내 상시 열람
시행규칙 제37조는 보존 매체를 종이로 한정하지 않으므로 전자기록도 인정됩니다. 다만 3년간 열람 가능한 상태로 유지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서비스를 해지하면 접근이 끊기는 구조인지 미리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위험성평가를 처음 만드는 단계라면 위험성평가 양식 작성법부터 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미실시 제재 기준은 과태료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도입 전 체크리스트
도구를 고르기 전에 이 여섯 가지만 확인하시면 큰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 근로자 참여 기록(의견 제출·회의 참석)을 남길 수 있는가
- 결재 이력과 수정 이력이 시각과 함께 보존되는가
- 3년 보존 기간 동안 열람이 보장되는가 (해지·담당자 변경 시 포함)
- AI 결과를 사람이 수정할 수 있고, 수정 이력이 남는가
- 우리 현장 공종에 맞는 위험요인이 나오는가 (일반론만 반복하지 않는가)
- 평가 결과를 근로자에게 공유할 수단(다국어 포함)이 있는가
마지막 항목을 흘려보내지 마세요. 평가 결과가 사무실 캐비닛에만 있으면 재해 예방 효과는 없습니다.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에서 그날의 위험을 다시 짚는 것까지가 한 묶음입니다 — TBM 제대로 하는 법에서 진행 방식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AI는 위험성평가에서 서류 작업을 덜어주는 도구이지 평가 주체가 아닙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잘 만든 문서가 아니라 현장을 확인하고 근로자와 함께 위험을 좁혀가는 과정이고, 도구의 값어치는 그 과정에 쓸 시간을 얼마나 돌려주느냐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안전해유는 현장 정보를 입력하면 법적 기준에 맞춘 위험성평가표 초안을 만들고, 근로자 참여와 결재 이력을 그대로 기록에 남기도록 설계했습니다 — 작성은 AI가, 확인과 판단은 사람이 하는 구조입니다. 위험성평가 기능 안내에서 실제 흐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로 작성한 위험성평가표도 법적으로 인정되나요?
작성 도구는 법에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AI로 초안을 만들어도 무방합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실시 주체를 사업주로 정하고 있고, 제2항은 해당 작업장 근로자를 참여시킬 것을 의무로 두고 있습니다. 도구가 무엇이든 이 두 가지가 빠지면 '실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위험성평가를 관리하면 기록 보존 의무가 충족되나요?
충족될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7조는 위험성평가 결과와 조치사항을 기록해 3년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매체를 종이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자기록도 3년간 열람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고, 근로자 참여 사실과 결재 이력이 함께 남아야 의미가 있습니다.
AI가 뽑아준 유해·위험요인을 그대로 써도 되나요?
그대로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AI는 유사 작업의 일반적 위험요인을 제시할 뿐 우리 현장의 배치, 동선, 그날의 기상, 함께 작업하는 업체 구성을 알지 못합니다. AI 결과는 빠뜨린 항목이 없는지 대조하는 체크리스트로 쓰고, 최종 목록은 현장을 확인한 뒤 확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AI 도입으로 위험성평가 담당자를 줄여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AI가 줄여주는 것은 서식을 채우고 문구를 다듬는 시간이지, 현장을 돌아보고 근로자 의견을 듣는 시간이 아닙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확인되는 것도 서류의 완성도보다 평가 과정이 실제로 있었는지 쪽입니다.